‘기업형 가공식품 전문 익산농협’ 꿈꾸는 김병옥 조합장
MZ세대 입맛, 맘카페 입소문 탄 ‘생크림찹쌀떡’ 전국 ‘오픈런’… 해외로 수출
건강한 저염식에 고춧가루 함량 높이고 전통방식 생산한 고추장 깊은 맛 일품
방치된 미곡창고 개조 식품사업… 생산·가공·유통 아우른 ‘K-Food 농협’ 포부
‘생크림 찹쌀떡’으로 전국 입맛을 사로잡으며 해외 진출까지 성공시킨 김병옥 익산농협 조합장. 그가 이번엔 ‘명품 고추장’으로 다시 한 번 성공 가도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학 입시 때나 팔리던 찹쌀떡을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사시사철 즐겨먹는 먹거리로 재탄생시킨 김 조합장.
그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명품 고추장은 시중의 고추장과는 맛과 품질이 다르다.
우선 원재료인 고춧가루의 함량을 몇 배나 높이고, 제조방식 또한 조청과 직접 만든 메주 등을 사용한 전통비법이라는 점에서 가히 명품이라 자부할 만하다.
김 조합장은 2015년 취임한 이래 익산농협의 골격을 튼튼히 세우면서 대내외적 위상과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켜왔다.
오로지 ‘조합의 존재 목적은 조합원의 소득 증대’라는 소신을 갖고, 경주해 마침내 현실로 만든 가히 ‘익산 농민의 대통령’이다.
익산농협을 ‘기업형 가공사업 전문 농협’으로 만들겠다는 김병옥 조합장.
그의 계획은 벌서부터 성공의 문턱에 와 있는 듯하다.
최근 송학동 리젠시빌아파트 사거리에 ‘명품 고추장 생산 판매장‘이 개장했고, 아울러 오래기간 방치돼 왔던 모현동 영신교회 옆 ‘익산농협 창고’도 최신식 HACCP(해썹) 시스템을 갖춘 식품사업소로 변모한 것이다.
현재 익산농협 본점 옆에 있는 떡방앗간에서는 생크림찹쌀떡을 주로 생산한다.
모현동 식품사업소에서는 떡볶이떡, 그리고 송학동에서 생산한 명품고추장을 한 개의 제품으로 구성해 즉석에서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떡볶이 밀키트’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조합원 소득증대를 위해 올인하고 있는 그를 만나 가공 사업에 뛰어든 배경과 앞으로 계획 및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처음에 떡방앗간 한다는 소식에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시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 2015년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제가 익산농협 조합장에 취임한 후, 가장 우려했던 것은 농협 상황상 ‘금융 사업의 한계’가 올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1금융권(전북은행, 주택은행, 기업은행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펼쳐지면서 우리 익산농협 같은 2금융권 협동조합들은 정말 큰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익산농협은 대형 마트 3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예전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쌀 판매와 거대 조직을 이끌어갈 새로운 ‘가공 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전국 1,120여 군데 농협들이 지자체 지원(국비, 도비, 시비 등)을 받아 농산물 가공 사업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실패해 직원 고용 유지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우리 익산농협도 2015년 작은 규모로 떡 방앗간을 시작했을 때,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서울에서 기술자를 데려오면 금방 가버리기도 했고, 조합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카린이나 방부제 같은 첨가물을 넣은 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간 것은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전국의 떡집을 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습득했습니다. 송편(추석), 떡국떡(설날), 찹쌀떡(수능) 등 시기별로 소비되는 떡 외에 평소에도 소비할 수 있는 떡을 고민했습니다.
#생크림 찹쌀떡의 폭발적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요?
= 생크림 찹쌀떡은 우연한 계기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조합원 교육 당시 참여한 200여 명의 조합원들에게 별 기대 없이 선물로 생크림 찹쌀떡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익산농협은 꾸준히 떡을 만들어왔기에 맛에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MZ 세대와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이 난 것입니다. 떡을 맛본 젊은 MZ 세대 조합원과 여성 조합원들이 지역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면서 점차 폭발적인 반응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더니 전국적인 오픈런 현상까지 생겼습니다. 온라인 입소문을 타고 강원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새벽 3시부터 텐트를 치고 대기할 정도였습니다.
직원들도 신이 났고, 전국적인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결국 조합장님이 계획한 떡 가공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덕분에 조합원들에 대한 환원이 커졌나요?
= 최근에는 미국 LA 등 해외 시장까지 수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익성은 정말 놀랍습니다.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떡 하나만으로 1년에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일반적인 큰 농협들의 연간 손익이 40~5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다만, 작년에는 찹쌀 가격이 너무 뛰어 원재료비 상승으로 수익이 다소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떡 가공사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소득은 크게 증대됐습니다.
우선 전국 최고 수준 가격으로 벼를 매입했습니다.
약 3년 전부터 이천 쌀보다도 높게, 전라북도 평균보다 벼 1포대 당 10,000원씩을 더 얹어서 조합원들의 벼를 매입해 주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단순 배당금을 조금 더 주는 것보다, 피땀 흘려 농사지은 벼를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 주는 것이 가장 큰 복지이자 실질적인 소득 증대입니다.
조합원들이 익산농협을 100% 신뢰하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고추장 사업에 도전하셨습니다. 이미 순창 등 지리적 이점을 가진 곳이 있고 시중에 고추장 제품도 많습니다. 익산농협에게는 불리한 상황인데, 굳이 고추장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 떡은 필요할 때만 찾아 먹는 별식이지만, 고추장은 매일 식탁에 오르는 주식과 다름없습니다.
어르신들이 멸치만 찍어서 밥을 비벼 드실 정도로 일상적인 식품이기에 시장성이 지속적입니다.
여기에 익산농협의 브랜드 파워가 있습니다. 이미 ‘생크림 찹쌀떡’으로 익산농협의 브랜드가 전국에 알려졌기 때문에, 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고추장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 것입니다.
#익산농협의 고추장과 기존 시중의 CJ, 대상과 같은 대기업의 고추장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 있나요?
= 대기업 고추장은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계식으로 공장에서 4~5일 만에 벽돌 찍어내듯 단순하게 고추장을 만들어 식당 등에 저렴하게 대량 공급합니다.
익산농협 고추장은 대기업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대신 맛과 품질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통방식으로 제조합니다. 6개월간 냉장 시설에서 숙성 기간을 거치며, 물엿 대신 쌀로 만든 조청을 듬뿍 넣고, 직접 엿기름을 기르고 메주를 쑤어 깊은 맛을 냅니다.
여기에 건강을 위한 ‘저염’과 고춧가루 함량을 몇 배나 높여 고품질 고추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시중 고추장은 부풀어 오르거나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고 끓입니다.
반면, 익산농협 고추장은 소금 함량을 대기업 제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저염 고추장입니다.
때문에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온 보관이 아닌 냉장 보관 및 냉장 유통을 필수 원칙으로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현대인에게 훨씬 건강한 선택지입니다.
특히 시중 고추장의 고춧가루 함량이 보통 11~19%인 것에 비해, 익산농협 고추장은 품질 좋은 국산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대량 투입합니다. 시중 것보다 약 50~60% 수준을 더 넣고 있어 진하고 매콤한 맛을 냅니다.
원재료는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전량 국산 및 조합원 우선 수매하고 있습니다.
고추 농가는 대단위 농가보다 텃밭에서 몇 백 포기씩 소규모로 짓는 경우가 많아 한 사람에게 전량 수매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 조합원들이 생산한 고추를 최우선으로 전량 수매하고, 부족한 분량은 익산 관내 및 인근 지역 농가에서 좋은 가격으로 사들여 지역 농가 소득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익산농협 고추장 맛을 보니 정말로 진하고 매콤한 것이 시중 것보다 좋다고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이 고추장을 어떻게 생산하게 되었나요?
= 사실 손맛이 뛰어난 집안은 대대로 손맛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 고추장도 대대로 손맛이 뛰어난 집안의 1948년생 78세 김오묵 조합원님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실 고추장 사업은 4~5년 전부터 추진하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다 김오묵 조합원님이 만드신 고추장 맛을 보고 정신이 번뜩였습니다.
그래서 1년 넘게 고추장을 만들면서 기술 전수를 하고, 현재도 김오묵 조합원님의 손맛으로 명품 고추장을 차질 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농가 어르신들도 함께 참여하며 전통 명품 고추장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내고 있습니다.
#생크림 찹쌀떡, 명품 고추장 외에 또 다른 가공 상품도 계획 중이신가요?
= 네. 우리 고추장과 쌀, 떡을 활용한 ‘떡볶이 밀키트’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실제 작년에 기계 교체 시기 동안 타사에서 임시로 만들어온 떡국떡도 원재료가 좋아 잠깐 사이에 2억 원어치나 팔렸을 정도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특히 바로 쪄서 급속 냉동한 송편 등 다채로운 소포장 떡 제품을 익산농협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유통할 예정입니다.
#식품 가공 사업에 많은 비전을 가지신 듯합니다. 향후 목표와 비전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한 마디로 ‘기업형 가공사업 전문 농협’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떡 가공 사업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산업단지에 거대한 가공 공장을 세워 ‘기업형 익산농협’을 만들고자 합니다.
금융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산,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업형 농협, 세계로 수출하는 K-Food 농협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